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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낳은 역사학자인 E.H.카가 쓴 세계적 문호 [도스또예프스끼 평전]은 여느 작품과는 다르게 좀 어렵게 읽혀졌다. 도스또예프스끼가 워낙 난해한 작가이고, 그의 대표작인 [죄와 벌]을 읽으면서도 등장 인물들의 심리나 소설의 전개 과정에 조금은 난색을 표했던 것도 사실이고 보니, 그 글을 쓴 작가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어려움은 여전하다. 하지만, 도스또예프스끼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나에겐 하나의 통과의례가 되고, 문학계에선 갈수록 그의 작품의 중요도는 높아지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또다시 난해한 작품 세계를 접하는 수고로움을 감내해야 할 시간이 도래한 것 같다. 이 책은 도스또예프스끼의 어린시절뿐만 아니라, 그의 대표작을 통해 작가의 정치, 종교 사상 등을 사학자 E.H 카는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글을 써 내려가고 있다. 대부분이 도스또예프스끼 하면 떠올리는 것이 평생을 따라다니던 지병인 간질병과 금전적인 문제일 것이다. 이 책에선 그러한 것이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었던 표면적인 부분외에 그가 왜 그렇게 돈에 대해 집착아닌 집착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그의 삶에 따라다니던 외로움과 좀처럼 종잡을 수 없는 성격적인 면을 새롭게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비록 이 책의 출간이 1931년이라는좀 오랜시간 전이지만, 지금까지 도스또예프스끼를 따라다니는 많은 부분에 있어서 의문이 남고, 온전히 위대한 한 작가를 알기엔 부족한 면이 또한 없지 않음도 시사하고 있다.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을 읽으면서느끼게 되는 답답함과 깝깝함이 이 책의 어린 시절의 그의 엄숙할 정도의 엄격한 가정 환경이가져다 준 결과로 보여진다. 그래서 도스토예프스끼 소설의 효과는 거의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닫힌 느낌을 주는 데 있다.(p18) 고쓴 작가의 얘기처럼 그러한 닫힌 느낌이 도스또예프스끼 소설의 전반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성장하면서 유일하게 사랑을 느꼈던 어머니의 무능력함과예기치 못한 부재로 엄격한 아버지의교육적인 면이 도스또예프스끼 삶 전반에 퍼져 소설에까지 투영되었다고 보여진다. 열여섯 살 공과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아버지와 평생 헤어지게 되고, 사랑하던 형과도 헤어지면서 혼자이게 된다. 곁에서 지켜봐 주고 다독여 줄 수 있는 사랑하는 가족과의 다소 어린 나이에 있어서 헤어짐은 한 인간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서툴게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구나, 도스또예프스끼의 경우처럼 건강한 체질을 타고나지 못한 경우는 더더욱 그러한 좋지 못한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은 자명해 보인다. 천재적인 면을 부여받은 도스토예프스끼지만 돈에 있어서는 결단력이 부족하고 늘 쪼들리는 생활과 그를 의지해 사는 형제, 친.인척들로 인해 두 번째 부인 안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늘 힘겨울 수밖에 없었고, 그의 성격상 금전문제에 있어 우유부단함을 보이게 된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 돈이 필요해 펜을 들 수밖에 없었던 그의 처지가 이해가 되면서, 흔히 가정해 보는 만약, 돈이 풍족했더라면 그러한 대작을 써 낼 수 있었을까? 혹은, 풍족했더라면 좀 더 잘 다듬어진 대작을 발표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라는 유치한 생각도 함께 가져봤다. 도스또예프스끼 삶에서 가장 극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유배지인 시베리아에서의 일일 것이다. 흔히, 처형 직전 극적으로 살아남게 되었다고 알고 있었던 부분이 사실은 석방은 이미 기정 사실화 되어 있었지만, 정부에서 꾸민 좀 더 극적인 시나리오라고 하니 조금은 놀랍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한 일화로 받아들여진다. [도스또예프스끼 평전]에선 생전 작가가 잡지를 발간했던 경험과 소설이외에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했던 작가의 작품들과 글 들을 통해 작가의 소설가 외적인 생각들도 접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더구나, 평생의 숙원인 돈과 노름, 그리고 작가가 만난 여성들에 대해서도 또다른 일면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성격이 까다롭고 돈이 필요해 펜을 들었던 도스또예프스끼지만, 그가 죽기 전 10여년의 시간들은 그의 작가로서의 삶이나 가정적인 면에서도 다소 안정을 되찾고 명성을 얻었던 때의 삶도 비교적 소상히접할 수 있어서좋았다. 그의 [죄와 벌], [가난한 사람들], [악령], [영원한 남편], [백치],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등 작품을 통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원죄의식에 대한 어렵지만 좀 더 깊이 있는 설명을읽을 수 있었다. 아직까지 도스또예프스끼 작품에 대한 해설이 완전히 풀리지 않고 있고 여러 연구가이루어지고 있는 만큼천재적인 작가의 사상과내면의 깊이는 계속해서 새롭게 조명될 것이다. 그래도 작가의 삶처럼 작품의 인물들이 돈으로 인해 행해지는 살인에 대한냉정하기까지 한 태도를 통해 물질이 우선시되는작금의 현실에서저마다의올바른 가치 판단을 하지 않을까 생각되어 진다. 너무나도 심오한 천재작가의그것을 이해하기에 역부족이었지만,그럴수록 그의 작품을 다시금 곱씹고 되씹어서 읽어야 되는 이유또한 거기에 있지않을까 생각된다.
세계적 역사학자 E.H. 카의 첫 번째 저작
최고의 도스또예프스끼 평전

20세기 최고의 역사학자 E.H. 카와 19세기의 위대한 작가 도스또예프스끼가 만났다. 20년간의 외교관 생활 중 상당 부분을 소련에서 지냈으며, 역사란 무엇인가 로 알려지기 전 이미 러시아에 관한 한 당대 최고의 학자로 이름을 떨친 E.H. 카가 첫 번째 저서를 위해 도스또예프스끼를 선택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도스또예프스끼를 논하지 않고 현대 러시아의 정치·사회·문화를 깊숙이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931년 처음 출간된 이 평전은 이후의 도스또예프스끼 평전에 가장 중요한 전거가 된다. 무엇보다도 카가 도스또예프스끼에 대한 방대한 자료들을 수집·정리·취사선택하는 데 역사학자로서의 엄정성과 치밀성을 최대한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는 도스또예프스끼의 전기와 문학, 사상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19세기 러시아의 역사, 사조, 정치를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또한 도스또예프스끼의 문학을 내적으로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구 문학과 러시아 정신사의 문맥 아래, 그리고 종교·윤리·심리의 측면에서 매우 치밀하게 조명하는 데 성공한다.

이 책의 두 역자는 이미 1979년에 홍성사를 통해 카의 평전을 번역한 도스토예프스키 를 출간한 바 있었다. 이후 「도스또예프스끼 전집」을 출간하며 국내에 한 번 더 도스또예프스끼 붐을 꽃피운 열린책들에서 제의해, 현대 러시아어 표기법으로 문장을 다듬고 고쳐 오늘날의 독자를 위해 새롭게 탄생시킨 것이 바로 이 도스또예프스끼 평전 이다.


들어가며

제1부 성장기

제1장 유년시대
제2장 뻬쩨르부르그에서의 젊은 시절
제3장 최초의 결실
제4장 파국
제5장 죽음의 집

제2부 격동기

제6장 유형과 첫 결혼
제7장 저널리스트로서의 체험
제8장 사생활
제9장 고뇌의 시대
제10장 매우 감상적인 중간 극

제3부 창조기

제11장 경이의 해
제12장 외국에서 보낸 처음 몇 달
제13장 계속된 외국 거주
제14장 윤리의 문제: 죄와 벌
제15장 윤리의 이상: 백치
제16장 윤리와 정치: 악령

제4부 결실기

제17장 러시아로의 귀국
제18장 심리학자로서의 도스또예프스끼: 미성년
제19장 시사 평론가로서의 도스또예프스끼: 작가 일기
제20장 예언자로서의 도스또예프스끼: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제21장 예찬
제22장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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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도스또예프스끼 연보